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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총여학생회(총여) 폐지 이후 여러 후속 기구들이 마련됐지만 이들 역시 ‘백래시(backlash·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총여 역할을 하라’는 의견과 ‘여성 인권에 치우친 활동을 멈춰라’는 반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앙대는 총학생회가 2014년 폐지된 총여의 후속기구인 ‘성평등위원회’ 사업을 중지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총학생회는 “중앙대 청원 게시판에 ‘성평등위의 사업이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하고 여성권익 향상만 강조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평등위 위원장 장모(21)씨는 29일 “지난해 교내 미투 사건 9건이 발생했을 때 총학생회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달리 성평등위는 2차 피해 방지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며 “그럼에도 학생 일부는 성평등위 사업 이름에 ‘페미니즘’ 단어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시위로까지 번졌다. 중앙대 학생단체 ‘반(反, 반성폭력·반성매매 모임)’은 30일 학교 내에서 ‘페미니스트 총궐기’ 시위를 열 예정이다. ‘반’ 관계자는 “미투 운동 이후 학내 성폭력 문제 대응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인데 총학생회가 일부 ‘반페미니즘’ 학생의 눈치를 보고 있어 규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여 대안 기구를 둘러싼 갈등은 다른 대학에서도 잇따른다. 동국대 전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총학생회가 총여 폐지 대안으로 ‘인권소통국’을 마련했지만 학생 대표자에 대한 인권 교육 등만 담당하고 있다”며 “백래시 여론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성평등·성폭력 문제는 다루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도 총여 폐지 이후 성폭력위원회를 설치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는 등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측은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향한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학생 투표 결과 다수가 원한 원칙이어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 이후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고민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백래시도 함께 강해지면서 이런 갈등이 빚어진다고 분석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여 폐지 이후 ‘여성인권·성폭력 문제에 대해 기존 학생회와 어떻게 소통할 건가’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 간 연합체, 소모임 설립을 제시한다. 28일 한국여성학회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총학생회 폐지, 그 너머를 상상하라’ 토론회에서 황주영 서울시립대 철학과 박사는 “학생 사회 자체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탈정치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총학생회 내에서 여성·소수자 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성균관대 총여 재건 활동을 했던 윤김진서씨는 “학내 범위를 넘어 대학 간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끼리 의견을 교류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는 연합단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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